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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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East Meet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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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말을 걸어올 때

'Floral Tapestry'
By: Maria Eva

미술 작품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 읽으려고 하면 피곤해진다. 읽기는 집중력과 추상하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그림은 직관적이고 감상적이다.
눈 가는 데로 보고 마음에 닿는 것만큼 느끼면 된다. 문학작품은 문자를 해독하지 못하면 속수무책 이다. 국적이 분명하다. 시각 예술인 그림은 국제 언어다. 통역이 필요 없다. 나이 학식 민족과 국가에 상관없이 쉽고 안일한 방식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미술 감상이라면 왜 닭살부터 돋을까?
가장 큰 이유는 미술을 너무 고차원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임의 대부분은 비평가나 전문 해설가의 몫일 때가 많다. 화상인 나도 오락가락 헷갈리게 하는 문구로 적힌 초대장을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림은 단순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나야 한다. 사랑이 사랑의 언어로 다가오듯. 사랑 없인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바쁘게 발품 팔며 미술관을 쫓아 다녀도 그림에 대한 애정 없이는 헛농사다. 다음은 어린 아이의 눈을 가지는 것. 단순해지면 모든 게 신비롭고 아름다워진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차근차근 또박또박, 보고 또 보다 보면 좋은 그림을 판별하는 눈이 생긴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알려고 하면 다친다. 전시회 몇 번 갔다 와서 중세에서 현대까지 왔다 갔다 하면 길 잃기 쉽다. 전시장에 걸려있는 모든 작품을 봐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다.
'제 눈에 안경'식으로 맘에 드는 작가, 좋아하는 그림만 골라서 보면 된다. 일단 좋아하는 작품이나 화가가 생기면 특정 화가의 작품 세계에 빠져보는 것도 학습(?)에 도움이 된다. 빠져들면 건질 게 많아진다.
한 작품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어느 덧 이해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단독감상법'이 여기에 속한다.
다음은 '비교감상법'으로 나름대로 체험한 것들은 요모조모 따져본다. 좋아하는 작품이 여럿 생기면 작품을 서로 비교 분석해 보는 습성을 기른다. 비교감상법에 익숙해지면 작품을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이 생긴다.
감상법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역시 종합감상법이다. 작품을 보고 바로바로 느껴지는 것들을 감상하는 직관적인 감상방법이다. 미술감상의 초기 단계지만 작품과 감상자를 직접적인 감동으로 연결시켜 준다.
첫 눈에 확 들어와 호감이 가는 작품이 좋은 작품일 때가 많지만 싫증나지 않을 지 저울질 하는 게 좋다.
안목은 하루 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욕심 부리지 않고 찬찬히 많은 작품을 만나다 보면 안목이 생겨난다. 안목이 생기면 보이지 않는 것을 집어내는 눈이 생긴다. 단순한 감상자를 지나 여러 가지 사물이나 개념에서 공통되는 특성이나 속성을 추출하여 파악하고 추상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나를 알려고 하는 노력이 좋은 그림을 만나게 한다. 눈에 들어오고 가슴에 안기는 작품이 좋은 그림이다. 아무리 훌륭하고 소문난 작품도 내게 맞지 않으면 불편한 파티드레스에 불과하다. 좋은 작품은 감상자의 사이즈에 맞는 편한 옷과 같다. 미술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아름다운 언어다. 그림이 말을 걸어올 땐 자신의 언어로 정직하게 대답하면 된다. 찬란한 빛과 선이 가슴으로 속삭일 때 영혼의 떨림으로 다가가면 된다.
그 작은 떨림이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움으로 역사를 바꾸는 힘을 가질 때 명작(Masterpiece)이 탄생하게 된다. 지금 당신에게 말을 거는 한 점의 그림이 세기의 걸작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0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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