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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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처럼 그대 연못에 떠올라

'Lily Pond'
By J. Levy

가벼워야 뜬다. 수영에 젬병인 날보고 내 반쪽은 무거운 엉덩이 때문이라고 놀린다. 애들마저 부력의 원리가 유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물질(?)이라고 히히덕거린다. 운동신경이 없는데다 물 속에만 들어가면 죽어라고 발버둥을 쳐대니 수영은 커녕 익사하기 십상이다.
물 속에선 가만히만 있어도 뜨게 된다. 물 속에서 수영을 할 수 있는건 부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에 의하면 유체에 전체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잠긴 물체는 배제된 유체의 무게와 같은 힘만큼 부력을 받게 된다. 어떤 물체가 물 속에 완전히 잠기려면 물체의 부피만큼 물이 이동하게 된다. 이 때 이동한 부피에 해당하는 물의 무게만큼 상향력을 받게 되고 가벼워진다. 물 속에서의 몸무게는 공기 중에서의 무게에서 부력을 뺀 것과 동일하게 된다는게 부력의 원리다. 내 몸무게를 부력으로 환산하고 싶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련(Water lilies)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모네는 빛의 화가다. 은비늘처럼 반짝이는 나무 잎들과 아침 안개에 젖어 사금파리처럼 반짝이는 일출의 모습, 꽃가루를 뿌린 듯 반짝이는 수면위에 떠 있는 수련은 유년의 동화 속을 거닐듯 평화롭고 신비스럽다.
모네는 노르망디 해안의 항구도시에서 한가로운 자연과 태양 빛에 물들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직접 경험하지 않은 건 믿지않는 고집불통으로 실제적이고 현존하는 것만 표현하고자 했다. 사물의 원래 모습보다 순간적인 떨림이나 빛의 이동에 따라 투영되는 아름다움을 신속한 손놀림으로 포착했다. 모네는 몇날 며칠 수면을 바라보며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색을 화폭에 담으려 애썼다.
어쩌면 그는 시간과 화해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른다. 흐르는 물결같은 세월을 되돌릴 수 없기에 촌음을 붙잡고 세월과 싸움을 벌였는지 모른다. 내일의 태양은 다시 떠 오르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의 아름다움에 더 충실하고 싶었을 것이다.
수련의 꽃말은 청순함이다. 여러해살이 수중식물로 굵고 짧은 땅속줄기에서 많은 잎자루가 자라서 물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듯 잎을 편다.
연꽃이 수면에서 1미터 이상 위로 올라와 크고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는 데 비해 수련은 잎이 수면에 붙어 나와 물 위에 꽃이 떠 있는 것처럼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그리워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아득한 별에 꽃씨를 묻는 작업인지 모른다. 가벼운 것에 몸을 맡기고 깃털처럼 여행을 떠나는 것일게다. 정오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오므라드는 수련처럼 어제의 시간 속엔 작별의 말도 없이 많은 얼굴을 떠나 보냈다.
모네가 빛을 찿아 헤메던 세느강도 내 유년의 젖줄같은 낙동강도 순간의 반짝이는 빛이였을 뿐이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오직 그 순간만이 어제라는 시간 속에 존재할 뿐이다.
가벼워지면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떠 있으면 가라앉지 않는다. 인생이란 바다에 익사하지 않기위해선 덜 허우적거리며 살아야할 지 모른다. 가볍게 차려입고 꽃단장하고 이 봄을 맞으면 모네의 풍경속에서 그리운 그대가 성큼 걸어나올지 모른다.
봄이 새각시처럼 물씬하게 다가서면 깃털처럼 가벼워져 그대 창가로 날아가리라. 수련처럼 그대 마음 속 연못에 떠 올라 꽃 별되어 그대의 봄을 휘젖고 달아나리라.

중앙일보 3.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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