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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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예술가의 허상-천상의그림

 

 

 

 

 

 

 


'Gazebo of Prayer'
By: Thomas Kincade


허상은 실제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나타나 보이거나 실제와는 다른 것으로 드러나 보이는 모습이다. 빛이 거울이나 렌즈에 반사될 때에 그 반사되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연장하여 이루어지는 가상적인 상(像)을 말한다.
'20세기 빛의 화가'로 현존하는 화가 중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국민화가로 널리 알려진 토마스 킨케이드가 지난달 54세로 세상을 떠났다. 가족은 자연사로 밝혔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를 표방하던 그가 성금요일 술에 취한 상태로 맞은 죽음이라서 여러 가지 의혹을 담고 있다.
시골 정원의 목가적 풍경이나 교회 등 밝고 따뜻한 느낌의 감상적인 작품으로 킨케이드는 미국 일반 가정에 그의 작품이 약 1000만점 이상 있을 만큼 대중적으로도 유명한 화가다.
가난한 시골 출신 킨케이드가 처음 그림을 그리게 된 건 집 페이먼트를 못내 집이 넘어갈 위기에 몰린 엄마를 위해서였다. 킨케이드의 실화를 영화로 만든 '크리스마스 별장'에는 그림 팔아 생계를 꾸려나가는 토마스(제러드 파달렉키 분)가 형편없는 그림을 그린다고 멸시 당하지만 스승 글렌에게 네가 사랑하고 네 그림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한 그림을 그려라는 가르침을 받고 찌든 가난에 시달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벽화를 그리게 된다.
킨케이드는 대중적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계에서는 모조품의 공급자라고 조롱 받는 화가였다. 생전에 그의 작품은 미술관에 걸린 적이 없다. 미술관들은 그의 죽음에 예의를 지키며 대중적 성공과 작품에 대한 언급을 피하지만 그의 작품이 미술관에 걸릴 지는 아직 미지수다.
처음 화랑을 시작했을 때 우리 화랑도 킨케이드의 작품을 취급했지만 브랜드화 한 이미지로 석판인쇄물, 서적, 달력, 잡지 표지, 카드, 장식용 조각상, 퍼즐 등에 무제한 재생산하면서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아트엑스포에서 수만 달러를 들여 화려하게 부스를 꾸미고 미녀가 장미와 맛난 음식을 제공하며 신(?)처럼 군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왠지 불안하고 걱정이 됐다. 한 때 잘 나가던 화가가 그림 이외에 다른 일(사업)에 몰두하다 크게 몰락하는 걸 많이 체험했다.
우리 화랑도 프랜차이즈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너무 많이 생산(?)되고 작품 가치가 떨어질 소지가 많은 작품은 고객에게 소개하지 않는 게 화상의 기본 수칙이다.
빛과 영혼의 아름다움으로 천상의 풍경을 그리려 했던 킨케이드는 알코올 중독과 프랜차이즈 실패로 인한 법정 다툼, 스트레스에 의한 돌발적인 행동을 반복하며 스스로 만든 영웅적(?) 허상을 극복하지 못했다. 킨케이드가 진정한 예술가인지 모조품의 대가인지 돌연한 그의 죽음만큼 논란이 분분하다.
장사꾼과 예술가는 길이 다르다. 예술가가 물질에 집착하면 장사꾼으로 전락한다. 킨케이드의 몰락에는 미술계를 돈벌이의 대상으로 삼는 협잡꾼이나 딜러들의 검은 손이 존재한다.
예술가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사람이다. 허상을 통해 실상을 보는 힘이 창조다. 천상의 빛과 색으로 꾸민다 해도 생의 무게와 아픔을 담지 않으면 쟁이의 손놀림에 불과하다.
산다는 것은 어쩌면 허상을 쫓아가는 고된 작업일지 모른다. 스스로 만든 거짓된 허상에 사로잡혀 이리저리 헤매다 종국에는 실상마저 놓쳐 버리는 게 아닌지. 허상을 넘어 추구해야 할 무엇을 향해 생은 오늘도 질주하고 있지 않는가.

중앙일보 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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