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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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남편의 여자 친구

 

 

 

 

 

 

 

 


'Enchanted Moment'
By: Yunessi


우서방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이웃 동네 사는 부인이다. 전에도 둘이 서로 사모(?)하는 걸 눈치챘지만 요즘 들어 부쩍 티를 낸다. 여자 친구가 당신 먹으라고 케이크 구워줬다면 얼굴에 희색이 만연하다.
‘걸 프랜드’라는 단어에 악센트를 주어도 부정은커녕 반박 성명이 없는걸 보면 사실인 모양. 취미와 특기가 같으니 요리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눈빛을 반짝거린다. 부부 동반 저녁식사에 초대해도 점잖게 앉자 받아 먹기는커녕 우서방 요리 비법 배우려고 요리조리 도우며 호흡이 척척 맞으니 사랑(?)스러울 수 밖에.
살면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사람 곁에 있으면 절로 신바람이 난다. 종종 그녀가 좋아하는 요리 만들어 마누라에게 배달까지 시키는데 까마귀 고기 먹고 잊은 날은 두 사람 사이 질투(?)하나 오해 받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아예 배달 가기 귀찮은 날은 점심으로 쓱싹 먹어 치운 뒤 전화해 메뉴 알려주고 잘 먹었다고 하라며 입까지 맞춰 놓는다. 고래 사랑에 새우가 살이 통통하게 오를 판이다.
로맨스는 인류의 영원한 염원이다. 나이를 막론하고 인간은 로맨스를 꿈꾼다. 한 번쯤은 로망의 주인공이 돼 불꽃같은 사랑을 불태우고 싶어진다. 사는 게 힘들고 부대끼는데 무슨 로맨스냐고 묻겠지만 로맨스는 힘든 생을 윤택하고 활기차게 하는 원동력이고 필수품이다.
고목이라고 꽃이 안 필까? 늦게 붙은 불이 더 무섭게 타오른다. 로맨스와 짜릿한 불륜은 종이 한 장 차이. 로맨스가 중심을 잃고 갈피를 못 잡으면 불륜이 되고 나잇값 못하는 로맨스는 ‘노망’이 된다.
‘맨발의 청춘’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성일이 ‘청춘은 맨발이다’ 출간 기자 간담회에서 고 김영애가 “생애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며 자신의 아이를 낙태하고 정관수술을 한 사연을 고백해 물의를 빚고 있다.
책을 많이 팔 욕심에서 저지른 실수라고 용서를 구했지만 그의 폭탄고백으로 가족들은 파편을 맞은 셈이다. 엄앵란은 "47년을 살았으면 서로 부모 같은 마음이 든다. 서로 보호해주고 가슴 아픈 일 없게끔 해주고 싶다. 나는 '어떻게 총알받이를 해줄까'하는 마음이다"며 감쌌지만 가슴에는 피멍든 자욱이 선연할 것이다. 사랑의 근간은 배려다. 배려 없는 사랑은 100년을 살아도 남이고 불륜만큼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로맨스는 현실을 떠나 꿈의 세계에서 노는 것, 모험적인 것, 이국적인 것 등을 말한다. 로맨티스트들은 정서적이며 감미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에 여자들이 푹 빠지기 쉽다. 하지만 진정한 로맨티스트의 기본은 배려와 관심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
여자는 작은 일에 흥분한다. 차 문을 열어준다거나 머리에 붙은 나뭇잎을 떼줄 때 가슴이 떨린다. 천만다행(?) 남편 여자친구의 남편은 소문난 로맨티스트, 야한 잠옷과 진홍색 장미를 아내에게 선물할 줄 아는 멋쟁이다. ‘러브 어게인’의 기적은 나이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연출할 수 있다.
늙어도(?) 나는 늘 멋지고 달콤한 사랑을 꿈꿀 것이다. 첫사랑처럼 달콤한 로맨스를 위해 꽃씨 한 알 가슴에 숨겨둘 것이다. 색색가지 예쁜 꽃이 꽃밭에 아롱다롱 어울려 피어있듯 주변에 끊임없이 사랑을 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들 것이다.
힘내요 우리 우서방! 희끗희끗 흰머리 날린다고 절대 포기 말고 오늘도 쉴새 없이 사랑하길. 죽는 날까지 사랑하고 사랑 받기 위해,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남는 그 날까지 우서방 아자아자!

중앙일보 5.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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