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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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East Meet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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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힘 내세요.

'Celebration'
By: Schluss

우리 애들이 부르는 한국인 여자 호칭은 세가지 할매 이모 그리고 '누구 엄마'다. 연세가 많으면 무조건 할매고 내 친구는 이모 나머지는 누구 엄마라고 부른다. 어른 존함은 함부로 안 부른다고 했더니 할머니 친구 분들은 골프할매 예쁜이할매 착한할매 한국가게 할매로 특징을 살려서 부른다.
한국에서 온 내 단짝 친구를 '이모'라고 부르라 했더니 그 때부터 내 친구는 모두 이모가 됐다. 그 나머지는 이름 앞에 친구들 이름을 달아 '대니엄마' '미셸엄마'라고 부르는데 나름대로 혼돈을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나.
나는 언니가 없다. 어릴 적엔 멋있는 언니 옷 물려받은 친구나 형부에게 불려 나가 아이스크림이나 빵 얻어먹는 친구를 보면 부럽기 그지 없었다. 더우기 오빠가 군기를 잡을 때마다 "하느님 왜 저에게 언니를 주시지 오빠를 주셨나요?"라고 원망(?)하기도 했다. 내 기억 속 '언니'라는 단어는 단팥빵이나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고 유행에 앞선 옷처럼 아름답게 팔랑거린다.
그런 내게 언니가 생겼다. 역사는 바야흐로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 도착한 지 며칠 후 한국 분이 찾아왔는데 반가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한국사람이 한국사람을 만나면 예나 지금이나 하는 짓은 한가지 어디 출신인지 어느 동네에 살았는지 학교는 어딜 다녔는지 탐문조사가 시작됐다.
두번째까지는 잘 넘어갔는데 세번째 딱 걸렸다. 내 짝궁이던 친구 언니였던것. "너 내 동생하고 말썽피며 학교 주름잡던 꾸러기 맞지? 내일부터 당장 교회 나와!" 그로서 전도 목적으로 예를 갖추며 대하던 지체(?)높은 사모님에서 한 순간에 곤두박질쳐 "예 예 언니"하는 신세로 몰락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만난 사람이 친구 언니일 줄이야! 그러니 평소에 잘해 둬야 욕(?)볼 일이 적어진다.
'언니'는 남자와 여자 구분없이 손 위 사람을 일컫는 순 우리말이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유학자들에게 암글 언문 등의 호칭으로 비하되는 바람에 신분이 낮거나 여자들 사이에서만 사용됐다.
나의 언니는 그동안 많은 사람의 언니가 됐고 이름에 걸맞게 많이 베풀고 많이 섬겼다. 이제 그 언니도 회갑을 넘기고 흰 머리가 희끗희끗 바람에 날린다. 근데 그 늙은(?) 언니가 총대 맬 일이 생겼다.
큰 도시와는 달리 내가 사는 중소도시 한인회장은 건더기 없는 국물이다. 완전 봉사직이다. 어디나 있듯이 40년이 넘게 잘 해오던 한인회에 지난 몇 해 황칠한 인사들 때문에 회장직에 선뜻 나서는 분이 없었다. 3개월 공석이던 이 지역 한인회 회장직에 연중 가장 큰 행사인 국제민속제를 코 앞에 두고 마음 약한 언니가 옹립(?)된 거다.
한국인은 위기 대처능력이 탁월하다. 짧은 기간동안 손 발 맞춰 성공리에 행사를 치렀다. 불고기는 동났고 200여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3일동안 땀방울로 한마음이 됐다.
쌓으면 모인다. 인덕은 뿌린 만큼 거두는 곡식이다. 경제가 힘들고 사는 게 고달파도 뭉치면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우리에게 있다. 한국인! 온돌방 구들장에 발을 넣을 때처럼 따뜻하게 번져오는 이름이다. 회장 언니 힘 내세요. 한인들이 있어요. 흩어져 안 보여도 '아싸'하면 뭉치는 우리가 있잖아요!

중앙일보 05.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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