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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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속편은 없다

 

 

 

 

 

 

 


'Vestida de Sabor'
By: Cienfuegos


인생에 속편은 없다. 대본도 없다. 단 한 편으로 막을 내린다. 연습도 없이 본선에 진출하고 실기시험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불완전한 내일과 싸우며 미완성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우여곡절 파란만장 끝에 아들이 취업에 성공했다. 두 달 넘게 스무 명이 넘는 사람과 두 번의 전화 인터뷰, 두 차례 회사에서 면접시험을 봤다. 처음 두 시간 동안 세 사람과 전화 인터뷰 한 뒤 '완전 정복(I nailed them)' 을 외치며 자신만만 해하던 아들도 시간이 경과하자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인터뷰 날짜 잡히면 온 식구가 초긴장, 나름대로 중구난방 각자 아는 수준에서 필사적(?)으로 조언을 거듭했다. 근데 수학ㆍ과학 특히 생명공학 쪽으론 기웃거린 적도 없어 내가 보탤 말은 전무.
공부한다고 제때 안 깎아 산도둑 같은 머리가 걱정돼 "머리 잘랐니? 양복 드라이 주고, 얼굴 빡빡 문질러 잘 씻어." 이 정도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의 전부였다.
"머리 깎았어. 근데 무스 바를까 말까?" 라고 문자가 휙 날라 온다. 바르면 너무 '뺀질이' 같아 아들 스타일이 아닐 테고 안 바르면 너무 후질 것 같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유행의 선두주자인 딸에게 문자를 날린다.
'일단 무스 바른 사진 찍어 보내면 가족 회의로 결정하자' 는 걸로 결론을 맺었지만 결국은 안 바르고 생긴 대로 '그냥 하던 대로 하세요' 로 매듭지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아들은 먼저 입사한 선배 사촌들의 조언을 구하며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했다. 근데 번번히 예상을 뒤엎고 상식적인 인터뷰와는 전혀 상관없이 최신 발표된 논문공식 푸는 법, 비상상황을 설정해 놓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지도력ㆍ포용력ㆍ친화력에 대한 검증으로 진행됐다.
두 번째까지는 실기 능력 위주로 시험을 봤다면 마지막 두 번은 여러 분야의 사람을 만나 일에 대한 열정, 인격, 자사에 대한 기여도 등에 대한 점수를 종합 채점했다. 능력과 재주도 중요하지만 인간 그 자체의 됨됨이와 지도력ㆍ창의력을 우선 순위로 본다는 얘기다.
아들이 성패의 예측도를 오락가락하는 동안 마땅히 할 일 없어 보탬이 되려고 금식을 감행했는데 인내심 결핍으로 얼마나 안절부절 횡설수설 했던지 오죽하면 딸이 "엄마, 정신 차리고 밥 먹어!" 라고 했을까?
우리 애들은 창조적인(?) 내 게으름 탓으로 방목으로 성장했다. 가둬둔 울타리가 없으니 살짝 넘어가도 수월하게 돌아왔다. 사업하느라 어릴 적부터 안 챙겨줘 문제는 알아서 각자 해결, 덕분에 위기관리 능력과 순발력이 탁월하다.
국어와 미술 빼곤 다른 과목은 낙제 수준이라 숙제 한 번 제대로 못 도와줬다.
고작 한 거라곤 치어리더 노릇. 떨어질 때를 대비해 푹신한 이불을 준비해두긴 했다. 어려운 살림에도 늘 햇솜 타서 따뜻한 새 이불을 장만해 주시던 내 어머니처럼.
가족은 꿈을 함께 꾸는 꿈의 동반자다. 각자 다른 꿈을 꾸지만 그 꿈의 한 가운데 함께 이룩해야 할 사랑과 미래가 담겨 있다. 내 꿈이 네 꿈이 될 수 없고 네 꿈이 내 꿈이 되어서도 안 된다. 아들의 꿈은 아들의 꿈으로 족하다.
인생은 단 한 번 쓰는 1인극, 그래서 더욱 흥미진진하고 예측이 불가능한 일일드라마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목숨 걸 수 있는 선택은 축복이다.
대본 없이 수정이 불가능하다 해도 위기관리 능력과 애드리브에 강하면 살아남기가 훨씬 수월하다. 대본에 없는 대사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내는 순발력,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 열정으로 뭉친 끼가 새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이다.

߾Ϻ 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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