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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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아버지의 등

 

 

 

 

 

 

 


'Equine Gambol'
By: Craig Alan


'아버지의 등에서는/ 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 아버지는 울지 않고/ 등에서는 땀 냄새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 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 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 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시인 하청호는 '아버지의 등' 에서 혼자 울음 삼키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나는 아버지가 없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아버지는 내가 두 살 되던 해 돌아가셨다. 청춘에 홀로 되신 어머니는 평생 곁눈질 한 번 안 하시고 백옥같은 단단함으로 수절하셨다.
삶이 고달플 때마다 날 무릎에 앉히고 아버지의 기억을 더듬었다. 얼마나 우릴 사랑하고 아꼈는지, 아침마다 목마 태워 동네 한바퀴 돈 이야기, 돌아가셔도 우리와 함께 살며 늘 보살펴 주신다고 말씀하셨다.
병아리 같은 내 손 잡고 넓은 옥토를 바라보며 "저 멀리 보이는 곳까지가 아비 땅이란다. 너는 땅 끝까지 번창해 지구 반대 편까지 네 땅을 만들어라" 고 하신 대목에 이르면 '토지' 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숙연해져서 뭔가를 다짐하곤 했다.
아버지는 내 기억 속에 존재하는 한 폭의 풍경화다. 아름답지만 아버지의 부재가 담긴 풍경은 쓸쓸하고 허전했다.
따뜻한 난로에 알밤을 구워먹으며 신화처럼 존재하던 아버지의 무용담(?)을 들으며 스르르 잠이 든 날은 아버지가 꿈에 나타나 용감하게 적군을 무찔렀지만 깨어나면 아버지의 부재를 확인하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아버지에 대한 어머니의 절절한 사랑과 정한은 구슬프지만 아름다운 노랫가락으로 남아 나와 어머니의 일생을 동여매는 끈이 됐다.
내 유년의 상상 속의 존재하는 아버지는 아틀라스나 헤라클레스처럼 온 지구를 떠 받칠 만큼 우람하고 힘센 신화적 존재다. 아틀라스는 원치 않는 전쟁에 참전한 대가로 평생 하늘을 짊어지는 형벌을 받게 된다.
헤라클레스의 제의로 "하늘을 대신 져 줄 테니 황금사과를 좀 따와 달라" 는 약속을 지키지만 그의 간교에 속아 다시 하늘을 떠받치는 불운을 겪는다.
아틀라스는 하늘을 내동댕이칠 수 없다는 걸 알았을까? 속고 살아도 하늘을 지고 살 수 밖에 없는 게 자신의 운명이란 걸.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들을 데리고 목욕탕엘 가지 않았다/ (중략) 돈이 무서워서 목욕탕도 가지 않는 걸 거라고/ 아무렇게나 함부로 비난했던 아버지/ 등짝에 살이 시커멓게 죽은 지게자국을 본 건/ 당신이 쓰러지고 난 뒤의 일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까지 실려온 뒤의 일이다/ 그렇게 밀어 드리고 싶었지만, 부끄러워서 차마/ 자식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등.' - '아버지의 등을 밀며' 중에서-
손택수는 '해 지면 달 지고, 달 지면 해를 지고 걸어온 길 끝' 에 선 아버지의 등에 낙인처럼 찍힌 삶의 흔적을 보게 된다.
아버지는 홀로 지구를 떠 받치고 사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지구는 가족이다. 멍이 시퍼렇게 들어도 결코 땅에 내려놓을 수 없는 짐, 아버지는 멍이 든 줄도 모르고 묵묵히 길을 간다. 아버지의 멍 자국은 훈장이다. 등 굽고 흰머리 날리고 힘없는 아버지의 가슴에 맺힌 노병의 훈장이다.
그래도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빛나는 꿈으로 남고 싶다. 푸른 멍 자국보다 한아름 꽃으로 기억되고 싶다. 개나리 꽃 따 지게에 가득 얹고, 장날이면 간고등어 한 묶음 사들고 집으로 향하던, 그 싱싱하고 젊은 꿈으로 오래 남고 싶다.

߾Ϻ 6.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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