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AIaEnA硤[좯AI]East Meet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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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대장 아무나 하나

'Sunset Hills'
By Hessam

지역사회에서 오리발.문어발로 명함 디밀기 좋아하는 M씨가 볼멘소리로 L씨에게 물었다. "당신이 하면 모두 잘 도와 주는 데 왜 내가 하자고 하면 모두 머리 싸매고 반대하는 거야?" L씨의 대답. " 내일부터 파티 좀 여쇼. 저녁 값도 좀 내고."
골목대장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딱지도 주고 구슬치기 할 때 가끔씩 져주며 평소에 잘해둬야 졸병이 생긴다. 어떤 단체이든 우두머리를 하려면 시간과 돈 그리고 열정을 바쳐야 한다. 황허강의 신 하백(河伯)이 물의 흐름을 따라 바다로 나온 뒤 처음으로 바다를 보고 그 끝없음에 크게 놀라 탄식한다. 그러자 북해의 신 약(若)이 '우물 안 개구리가 바다를 알지 못하는 건 좁은 장소에서 살기 때문이다. 이는 여름 벌레에게 얼음을 이야기 하는 것과 같다'라고 응수한다.
'정중지와(井中之蛙) 부지대해(不知大海)' 로 장자의 추수편 (秋水篇)에 나오는 이야기다. 큰 바다와 넓은 하늘을 품은 자는 스스로의 옹졸함을 깨우칠 줄 알아 지도자의 덕목을 갖게된다. 우물 안 개구리는 비전없이 아집과 편견으로 단체를 이끌기 때문에 어물장 꼴뚜기 신세를 면하기 힘들다.
한국사람이 잘 하는 것 중 한가지가 신흥 단체 만들기와 단체 장이다. 그 중에는 꼭 필요한 단체도 있지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단체도 부지기수다.
유명 무실한 단체의 우두머리가 되어 실적은 없이 명함만 찍고 다니는 단체장들은 이 참에 자신이 개구리인지 졸개인지 혼자 뛰는 골목대장은 아닌지 살펴 볼 만하다.
불필요한 단체를 만들어 목에 힘주고 오합지졸 졸개들의 박수를 받는 것보다 명분과 실리있는 기존 단체에 들어가 몸 낮추고 소리 소문 없이 봉사하거나 도움을 주는 게 백번 낫다.
목전의 이익만 챙기며 결과에 눈이 어둔 조삼모사 (朝三暮四)의 무리들에게 대의와 명분을 논하기 힘들다.
명분은 명의나 신분에 따라 지켜야 할 도리다. 도덕적으로 공정하고 올바른 이유(Righteous Cause)가 있고 훌륭한 임무(Great Duty)가 주어질 때 명분이 있게 된다. 졸개들이 차린 밥상은 대부분 제 밥 그릇에 이름표 붙이기 급급해서 대의나 명분을 찿기 힘들다. 그런 단체는 상석에 앉거나 우두머리가 될 수록 체면구기기 십상이다.
중서부 한인들의 염원이던 한인 문화회관 건립을 위한 청사진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한다. 여러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밥 열 술이 한 그릇의 밥이 되는 '십시일반'의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이름 석자 남기는 게 뭐 그리 중요하랴.
명분있는 일 미래와 희망 그리고 화해와 통합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우리 모두 동참하자. 후손들에게 내일의 꿈과 비전을 제시할 단체를 골라 아낌없이 후원하자. '구구팔팔'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면서 그동안 뼈빠지게 번 재물을 대의와 명분있는 일을 위해 '팍팍' 쓰고 가자. 골목대장 이름은 역사에 기록되지 않는다. 대의와 명분있는 일 민족의 뿌리심는 일은 역사를 바로 잡는 기적을 만든다.

중앙일보 200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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