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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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인생의 완성도는 없다.

 

 

 

 

 

 

 

 

 


'L' amour sur fond de chant biblique'
By: Thobiasse


작품의 완성도는 허상이 실상을 능가할 때 생긴다. 보이는 것은 영적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완성도는 어떤 일이나 예술 작품 따위가 질적으로 완성된 정도를 말한다. 경제학에서는 완성도의 기준을 오랜 기간에 걸쳐 완성되는 생산품을 각 회계 기간에 완성되는 정도에 따라 손익을 셈하여 산출한다. 완성도를 높이고 이익 내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선 시간, 노력, 열정, 자본 그리고 영혼의 아픔을 투자해야 한다. 예술은 등수가 없다. 인생도 등수를 안 매긴다. 인생에는 한시적 상대적이지만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구별이 존재한다. 예술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영구적이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이 존재할 뿐이다. 초현실주의의 선구자 귀스타브 모로는 나는 보이지 않는 것과 느끼는 것만을 믿는다는 명제로 개관적인 묘사 중심에서 주관적인 표현 중심에 몰두했다. 66세의 나이로 에콜 데 보자르의 교수가 돼 야수파의 마케 마티스 크노프와 루오의 스승이 됐는데 사실주의 인상주의에서 상징주의 초현실주의 표현주의와 추상미술로 건너는 교량 역할을 담당했다.
모로가 그린 오르페우스(1865유채)에는 아리따운 한 처녀가 그리스 신화의 최고 시인이며 연주가인 오르페우스의 잘린 머리와 하프를 들고 서 있다. 끔찍한 상황이지만 죽음과 고통, 아련한 사랑의 그리움이 면밀한 구성, 정교한 묘사, 환상적인 색채와 맞물려 신비로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오르페우스는 나무와 돌, 맹수도 춤추고 잠재울 만큼 하프 실력이 신비로웠다. 물과 나무의 님프인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가 독사에게 물려 죽자 명계로 내려가 하프 솜씨로 에우리디케를 살려내지만 지상에 돌아갈 때까지는 돌아보지 말라는 약속을 어긴 탓에 에우리디케는 다시 지옥으로 떨어진다.
상심한 그는 평생 한 눈 팔지 않고 혼자 살았는데 질투에 눈 먼 트라키아 여인들이 그를 죽여 시체를 토막 내 강물에 던진다. 떠내려 가면서도 그의 머리와 하프는 노래를 불렀다는데 하프는 하늘로 올라가 성좌가 되었다고 한다.
이 전설은 시인이나 철학자들은 물론 음악과 문학 예술전반에 걸쳐 풍부한 소재를 제공했다. 예술가에게 죽음은 자기 희생 내지 예언자의 순교로까지 승화되기도 한다. 예술가들 중에는 자신을 오르페우스와 동일시하는 환상에 빠져 자신을 히브리어로 예언자를 뜻하는 나비(Nabis)로 착각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신이 되지 못한 인간은 예술을 통해 신에 접근하기를 꿈꾼다. 어쩌면 인간의 무기력을 예언가의 주술로 채워주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인지 모른다. 앞서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다. 창조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힘이다. 리얼리즘이 주는 단순하고 피상적인 것을 넘어 사물의 이면에 존재하는 의미를 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 들리지 않는 것을 듣는 귀, 존재하지 않는 실체를 발굴해 내는 통찰력이 불멸의 예술품을 만든다. 인생의 완성도를 측정하는 기준은 없다. 완성도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전반부에서 완성도를 높이려고 서두르면 일찍 몰락하기 쉽다. 젊은 시절엔 폭넓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에 매진하는 것이 현명하다.
자신이 서 있는 현 위치에서 될 수 있는 한 멀리 보는 혜안을 기르고 지혜와 경험으로 인생의 폭을 넓히다 보면 인생의 후반부에 완성도를 논할 수 있을지 모른다.

중앙일보 7.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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