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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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East Meet W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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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의 동반자 '라이벌'

'Keynote Chorus'
By Schluss

도토리 키재기는 아무 소용없다. 작은 도토리가 크게 될 공산은 큰 도토리 수준 밖에 안된다.
막내 아들이 대학 간 후 제일 먼저 한 게 집 안 페인트 칠이다. 부전자전 아들이 자기처럼 작을까 걱정한 나머지 시도 때도 없이 벽에 세워놓고 줄을 친 다음 친절하게 날짜까지 적어두고 키를 관찰한 게다. 아들이 남편과 키재기 안 한 게 그나마 천만다행 아빠 대신 높은 천장과 겨룬 덕분에 아들은 키가 쭉 뻗었다.
살면서 깨져야 득이 될 때가 있다. 아깝지만 그릇도 깨져야 새로 장만할 빌미가 생긴다. 새롭고 창의적이고 한 단계 높은 목표에 달성하기 위해선 깨고 깨트리는 새로운 경쟁자를 필요로 한다. 더 높은 고지 탈환을 위한 선의의 경쟁자 혹은 적의의 동반자라고 할까.
세계 최고 부자와 두 번째 부자가 인생과 사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나누는 절친한 친구라니 괜시레 배가 아파진다. 제일 부자는 재산이 약 52조 원 2등의 재산은 약 45조 원에 이른다. 둘의 재산을 합치면 우리나라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쯤되면 아픈 배가 말끔히 치유되고 입이 안 다물어져 턱교정을 받아야 할 지경이다.
문제는 그 다음. 둘째 가는 부자가 더 벌어 일등을 따라잡을 생각은 커녕 일등 부자 이름으로 된 재단에 자기 재산의 85%를 내놓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빌 게이츠와 워렌 버펫의 이야기다. 경쟁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추구라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에서 참담하게 또 깨진다.
원효와 의상은 문무왕 때 신라 불교를 대표하는 승려다. 출생이 확연히 다른 두 사람은 두 번이나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는 등 상대에 대한 존경과 우정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원효는 일심 화쟁 무애 사상으로 불교 대중화에 획기적으로 공헌했고 의상은 화엄사상을 바탕으로 수많은 제자를 길러 불교의 양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라이벌은 막상막하인 경쟁상대를 말한다. 이기거나 서로 겨루는 맞적수다. 라이벌(rival)은 강(river)에서 유래됐는데 같은 강물로 서로 겨루는 사람이란 뜻이다. 예전에는 강을 중심으로 부락이 형성됐는데 강은 경계가 없지만 잡은 물고기를 팔 때 문제가 발생했다. 같은 강에서 잡은 똑같은 물고기를 싸게 사려고 흥정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강을 중심으로 경쟁이 벌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경쟁없인 발전없다. 선의의 경쟁은 앤돌핀을 생산해 창조력을 향상시킨다. 진정한 경쟁은 옆사람과 벌리는 치졸한 경합이 아니라 무한대로 치고 나가는 발상의 전환을 의미한다. 내가 달리는 트랙에 몰두하며 창의력을 개발하는 게 경쟁의 원리다. 남의 자리로 들락날락하면 결국은 뒤지게 된다.
선의의 경쟁은 상대를 업고 뛰는 경기다. 지금 당장은 무겁고 힘들지만 업고 뛰다 보면 지구력이 생겨난다. 올라가는 경쟁은 얻을 게 있지만 내려가는 경쟁은 건질 게 없다. 목각할 때 너무 깍아내면 형태가 없어져 본래 의도한 조각품을 만들 수 없다.
깍아내리기 흠집내기 덤핑 헐뜯기 가격 낮추기는 경쟁이 아니라 제 살 깍아먹기다. 고품질 고품격 고도의 서비스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다.
서로 딛고 올라가는 디딤돌의 경쟁은 무한하다. 못 올라갈 나무를 오르기 위해 서로 등를 내밀어 주는 게 진정한 경쟁이다.

중앙일보 9.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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