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KEE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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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동서교차로] East Meet West

남친 어떠냐고 딸이 물으면

 

 

 

 

 

 

 


'Another Sunrise'
By: Hessam


엄마, 나 남친 생겼다." 딸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묵묵부답. 곧 이어 사진이 날라온다. "무지 잘 생겼지? 너무 귀엽잖아." 세상에 이게 웬 말! 못 생겨도 이만저만 못난 게 아니다. 그래도 절대 함구! 잘못 말했다가 싸가지 없다고 '팽'당한 적이 한 두 번인가.
드디어 전화가 왔다. "엄마 내 새 보이프렌드 정말 멋있지?"라며 내 입장표명을 다그친다. 못난데다 클래스까지 없어 보인다고 말하기 민망해 "근데 좀 터프해 보인다"라고 했더니 "잘 봤어. 운동해서 터프하고 매력적이야"라고 한다. 찬물 끼얹으려다 접착제 붙여주는 꼴이 됐다.
있어도 걱정 없어도 걱정인 게 장성한 자식들의 '남친(남자친구)''여친(여자친구)' 이다. 나이 차서 결혼 적령기로 접어들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우리 집은 딸 남친 땜에 골치 앓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딸 남친 바뀔 때마다 참을성 없이 날린 내 멘트 땜에 당한 수모(?) 시리즈를 묶으면 단행본 반 권 정도는 족히 되고도 남는다. 남친 없을 땐 애인과 배우자 선택에 죽이 척척 맞던 딸이 남자만 생기면 호랑이 새끼로 돌변, 존경 받던 처지에서 속물적이고 비인도적인 왕짜증 엄마로 돌변한다.
전번 남친은 키 작은 것 빼곤 여태까지 고른 녀석 중에선 그런 대로 괜찮았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쥐꼬리만한 걸로 줬다며 불평하길래 "갠 좀 짠돌이야"라고 맞장구 쳤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이럴 땐 '싸구려(Cheap)'란 단어를 안 쓰고 '경제적(Economical)'이라고 해야 한다나! 졸지에 영어학습까지 받는 상황에 도달했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딸이 어떤 말로 꼬드겨도 현재 진행형 남친에 대해 '토 달지 말기' 싫으면 '무저항주의' 로 대처하기로 작정했다.
부모의 불 같은 반대는 붙는 불에 기름만 붓는 꼴인걸 일일연속극에서 자주 본 터, 불간섭이 간섭보다 말빨이 선다는 것도 체험으로 익혔다.
아들은 그 반대로 친구들과 희희낙락 놀기만 하고 여잘 안 밝힌다. 이도 걱정! 문제성이 있나? 엄마 좋아하는 현모양처 타입 데려온다고 큰소리치지만 조만간 상대가 등장하면 무슨 사태가 발생할지 모를 일. 눈꺼풀에 콩깍지 씌우고 덤벼들면 그 사태를 누가 막으랴!
"저 이사가요." 셜리가 아파트를 옮긴단다. 화랑 매니저인 셜리는 만사 반듯한 모범 아가씨다. 사귄 지 한 달 밖에 안된 남자 아파트에 들어간단다. 깜짝 놀라 "네 엄마한테 말했니? 사귄 지 얼만데 벌써 동거야?"라고 말하려다 "결혼 전에 함께 살아보는 것도 좋지"라고 맘에 없는 말을 건넨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서 고등어 훔쳐먹는 걸 본 기분이랄까. 말도 안 되는 상대와 결혼하겠다고 우기면 "한 번 살아보고 결혼해"라고 충고하는 부모가 는다고 한다.
이혼율이 장난이 아니니 세상이 변하는데 부모라고 안 변할까. 내 친구는 "함부로 잠자리 하지 마라"는 혼전 섹스 경고 대신 "제발 애나 낳지 마라"라고 타이른다고 한다.
자식에게 존경 받기가 가장 힘들다. 평소에 "울 엄마 최고, 내 인생의 코너스톤!"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던 자식이 사랑이 빠지면 편가르기를 시작한다. 여태껏 잘 받쳐주던 받침돌이 걸림돌이 되는 순간이다. 내 편인 줄 알았던 자식이 남의 편이 돼 왕따 당하는 그 황당함이란!
딸 남친 땜에 속 끓이면 선배가 "내 버려 둬. 몇 번 바뀔 테니. 결혼식장에 들어 오는 그 놈만 괜찮으면 되지"라고 위로한다. 그 다음 멘트는 가히 엽기적이다. "하기야 식장에 데려왔다고 그 녀석과 끝까지 간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야.

중앙일보 1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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