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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칼럼 [동서교차로]

필이 꽂히는 날


‘Ambitious' by Hessam

필은 가슴에 꽂히는 화살이다. 통제 불능의 늪으로 날아드는 번뜩이는 번개탄이다. 필은 이성으로 통제가 안된다. 감성 중에서 가장 예리하고 위험천만하고 속도가 가장 빠른 집착이다. 필은 개인적이고 감각적이며 동물적이기도 하다. 필은 감성 중에 가장 원초적인 촉감이나 감촉이다. 감성과 필은 둘다 수동적이다.

감성은 이성의 지배와 통솔을 벗어나 인간과 세계를 잇는 원초적 유대로 인간 생활의 기본적 영역을 넓혀 준다.

칸트는 ‘감성 (Sinnlichkeit)' 을 ‘대상에 의해 촉발되는 방식에 의해 표상을 받아들이는 능력'즉 수용성이라고 정의 한다. 감성은 자유분방하고 통제가 제한 되어 있지만 이성적 사고를 위한 감각적 소재를 제공하고 감정적 소지(素地 를 마련한다.

감성은 미적 인식에서 인간의 순수한 모습을 상징적인 모습으로 승화시키고 생의 포괄적인 영역으로 확장하는 역활을 한다. 감성은 자극이나 변화를 느끼는 성질로 이성과 대조되는 개념이다. 미적( 美的 ) 인식에서는 자신의 순수한 모습을 나타냄으로써 생의 상징적 징표(徵表)인 예술로 승화시킨다.

감성을 이성이나 지성으로 부터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감성을 생의 포괄적인 영위(營爲)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국면으로 고찰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나는 필에 약하다. 자주 필에 꽂혀 일상생활이 헷갈릴 정도다. 말도 안되는 일에 흥분 잘 하고, 내 일도 아닌 일에 분개하고, 크게 도움도 못 주면서 손 내밀고, 해결책도 없으면서 덤비고 주저앉고, 한 번 필이 꽂히면 사족을 못 쓴다.

좋게 말하면 인생잡사에 올인 하는 스타일이고 험 잡으려면 오지랖 넓은 사람이다. 지난 주 , 간간이 화랑일 도와주던 사람이 아파트에서 쫒겨 났다며 팔려고 내 논 내 건물에서 한달 동안 거쳐할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문제는 기거할 동안 혹시 사고라도 나면 법적 책임(Liability)에 상해보험 까지 보험회사에서 문제가 된다며 거절하라고 한다 . 추럭에서 자는 신세라는 말에 그동안 길들였던 필이 작동, 잠 들고 눈 뜰 때 까지 그 사람 걱정에 안절부절이다.

이런 일 해결하려다 당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서 ‘검은 머리 짐승은 거두지 말라'는 어머님 충고를 명심 하는데도 일이 손에 안 잡힌다. 일단 일거리 몰아주며 해결책이 없어 전전긍긍이다.

오지랖은 넓어도 걱정, 너무 좁아도 숨막힌다. 오지랖은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이다 . 옷의 앞자락이 넓으면 다른 옷을 넓게 겹으로 감싸게 된다. 오지랖이 너무 넓으면 간섭할 필요도 없는 일에 주제넘게 간섭하는 부정적 측면이 있지만 가슴이 따뜻하고 배려하며 감사하는 마음의 폭이 넓어진다.

‘시혜종덕( 施惠種德 )', 은혜를 배풀고 덕을 쌓는 일는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검은 때를 벗기고 닦아내고 가벼운 깃털 처럼 사는 일이다.

내 인생의 가장 큰 문제는 한 번 필이 꽂히면 밤낮으로 그 생각만 한다는 것.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때까지 종횡부진 질주한다.

감성이 부족하면 맨땅에 해딩 하는 마른 삶을 살고 , 필에만 집착하면 계산 없이 앞뒤 순서 맞지 앉는 짓을 한다. 필은 무한에서 유한으로, 그리고 영원으로 가는, 격식과 한계를 넘는 자유로운 영혼의 여정이다 .

필은 생의 작은 프로펠러다. 높히 날지 못해도, 소리가 좀 시끄러워도, 믿는 것만 믿지말고 , 아는 것만 생각하지 말고, 작은 촉감으로 믿고 사랑하고, 달달한 미감으로 하루를 살라고 붕붕붕 내 머리 위 떠도는 헬리콥터다.

8.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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